구수왕[ 仇首王 ]
백제의 제6대 왕(재위 214∼234).
성은 부여(扶餘)이며, 귀수왕(貴須王)이라고도 한다. 백제의 제5대 왕인 초고왕(肖古王, 재위 166∼214)의 맏아들이며, 생모와 왕비에 대한 기록은 전해지지 않는다.
214년(초고왕 49)에 아버지 초고왕이 죽자 그 뒤를 이어 백제의 왕위에 올랐다. 《삼국사기》에는 구수왕의 신장이 7척이나 되었으며, 용모와 태도가 빼어나고 기이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백제는 건국 초기부터 말갈과 자주 충돌했다. 구수왕의 아버지인 초고왕은 210년 적현성(赤峴城)과 사도성(沙道城)을 쌓아 동부(東部) 주민들을 이주시키면서 말갈과 대립했다. 구수왕이 왕위에 오르기 직전인 214년(초고왕 49) 백제가 북부(北部)의 병력을 동원해 말갈의 석문성(石門城)을 점령하자 말갈의 정예 기병이 술천(述川)까지 쳐들어오기도 했다. 구수왕이 즉위한 뒤에도 말갈은 공격이 끊이질 않았다. 216년(구수왕 3)에는 말갈이 적현성을 포위하여 공격해왔으나 구수왕은 직접 8백 명의 기병을 이끌고 퇴각하는 말갈의 병력을 추격해 사도성 아래에서 그들을 무찔렀다. 217년(구수왕 4)에 구수왕은 사도성 인근에 두 곳의 목책(木柵)을 만들었는데, 동서의 거리가 10리나 되었다. 왕은 적현성의 군사를 나누어 이곳을 지키게 했다. 220년(구수왕 7) 말갈은 다시 백제의 북쪽 변경을 침공해왔고, 병력을 보내 이를 물리쳤다. 말갈은 229년에도 우곡(牛谷) 지역으로 들어와 주민들을 약탈했는데 구수왕은 정예군 300명을 보냈으나 매복해 있던 말갈의 병사들에 크게 패했다.
구수왕은 신라도 자주 공격했다. 218년(구수왕 5) 신라의 장산성(獐山城)을 둘러싸고 공격했으나, 직접 군대를 이끌고 온 신라의 내해이사금(奈解尼師今, 재위 196∼230)에게 패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물러났다. 222년에도 신라의 우두진(牛頭鎭)을 공격했고, 이 때에는 웅곡(熊谷)에서 충훤(忠萱)이 이끄는 신라군에 큰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자 신라는 224년(구수왕 11) 일길찬(一吉湌) 연진(連珍)을 장수로 삼아 백제를 공격해 봉산(烽山) 아래에서 백제군에 승리를 거두고 그곳에 봉산성을 쌓았다.
재위기간에 백제에는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했으며, 전염병도 자주 창궐했다. 221년 여름에는 나라 동쪽 지방에 큰 비가 와서 40여 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222년(구수왕 9) 관리에게 명하여 제방을 축조하게 했으며, 명령을 내려 농사를 권장하기도 했다. 227년 봄에는 우박이 내렸고, 여름에는 큰 가뭄이 들었다. 그러나 동명왕의 사당에서 제사를 지내자 곧 비가 내렸다고 전해진다. 229년에는 전염병이 크게 돌았고, 231년(구수왕 18)에는 밤톨만 한 우박이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구수왕은 234년에 죽었으며, 아들인 사반왕(沙伴王)이 왕위를 계승했다. 《삼국유사》에는 구수왕이 죽은 뒤에 사반왕이 왕위를 이었으나 나이가 어려 정사를 볼 수 없어서 곧바로 폐하고 고이왕을 세웠다고 하면서, 낙초(樂初) 2년 기미(己未)에 사반왕이 죽자 고이왕이 왕위에 올랐다고 나온다. 이 구절에 관해 ‘낙초’가 중국 위나라의 연호인 ‘경초(景初, 237~239)’를 잘못 표기한 것으로 보고 경초 2년인 238년으로 해석하는 학설도 있고, ‘낙초’를 백제의 고유한 연호로 보고 기미년인 239년으로 보는 학설도 있다.
한편,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백제의 제11대 비류왕(比流王, 재위 304~344)이 구수왕의 둘째아들이자 사반왕의 동생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연대 차이가 커서 이 기록도 역사적 사실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는 학자들이 많다. 고이왕이 왕위에 오른 뒤에 책계왕(責稽王)과 분서왕(汾西王)으로 고이왕계의 왕위 계승이 이루어지다가 비류왕 때에 이르러 다시 구수왕계에 왕위가 계승된 것이 부자 관계로 기록되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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